[OC비지니스] “장례는 끝이 아니라 흩어진 가족을 다시 묶어주는 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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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사이드 장의사 찰스 안 대표 인터뷰 1세와 2세를 잇는 새로운 한인 장례문화



한인 이민사회에서 장례는 단순히 고인을 떠나보내는 절차가 아니다. 낯선 땅에서 평생을 살아낸 1세들의 삶을 기억하고, 그 여정을 제대로 알지 못했던 2세와 3세에게 가족의 뿌리를 전하는 중요한 시간이다. 그러나 현실은 늘 쉽지 않다. 언어와 문화의 차이, 장례 방식에 대한 세대 간 이해 부족, 급격히 상승한 장지 비용, 갑작스러운 이별 앞에서 무엇부터 해야 할지 모르는 가족들의 혼란이 함께 찾아온다.
오렌지카운티를 중심으로 한인 장례문화를 새롭게 섬기고 있는 써니사이드 장의사 찰스 안 대표는 “장례는 슬픈 시간이지만 동시에 한 사람의 삶을 기념하고 가족을 다시 하나로 묶는 시간”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1.5세로서 1세 부모세대의 정서와 2세 자녀세대의 현실을 모두 이해하는 다리 역할을 장의사의 중요한 사명으로 보고 있다.
“저는 1987년 중학교 때 이민 온 1.5세입니다. 예전에는 한인 장의사가 많지 않아서 1세 어르신들이 돌아가시면 가족들이 한국말로 도와줄 수 있는 곳을 찾느라 LA까지 가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지금은 장례문화도 많이 바뀌었고, 대형 묘지에서 직접 장례를 진행하는 경우도 늘었습니다. 그 가운데 저희는 1세와 2세가 함께 잘 소통하며 장례를 치를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써니사이드 장의사는 2013년에 시작해 올해로 13년 차를 맞았다. 부에나파크 지점은 7년 전 문을 열었고, 이후 한인사회와 보다 가까운 접점에서 장례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그는 장의사의 기본 업무는 어느 곳이나 비슷하지만, 써니사이드가 중점을 두는 부분은 ‘투명성’과 ‘삶의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저희는 가격을 General Price List로 웹사이트에 공개하고 있습니다. 전화로 문의하셨을 때 들은 가격과 실제 체크를 쓰실 때의 가격이 달라지지 않도록 하고 있습니다. 추가 비용이나 예상하지 못한 자잘한 비용이 붙지 않도록 하는 것이 가족들에게 중요하다고 봅니다. 특히 2세들과 상담할 때 가격의 투명성은 매우 중요한 부분입니다.”
그가 강조하는 또 하나의 변화는 장례를 ‘Funeral’이 아닌 ‘Celebration of Life’로 바라보는 관점이다. 고인의 죽음만이 아니라, 그가 살아온 삶의 의미와 희생, 신앙과 사랑을 가족들이 함께 기억하는 시간으로 만들자는 것이다.
“요즘 미국에서는 장례라는 표현보다 Celebration이라는 말을 많이 씁니다. 저도 기독교인으로서 장례를 하나님을 만나고 천국에 입성하는 시간으로 이해합니다. 그래서 장례가 단순히 슬픈 절차가 아니라 고인의 삶을 기념하고, 남은 가족들이 그 삶을 통해 도전과 위로를 받는 시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이를 위해 써니사이드는 ‘마이스토리’라는 프로그램 책자를 제작한다. 단순히 고인의 출생연도, 이민연도, 직업을 나열하는 방식이 아니라, 고인의 인생 여정을 이야기로 풀어내는 작업이다.
“할아버지가 몇 년도에 미국에 오셨다는 정보도 중요하지만, ‘27살의 나이에 가족을 위해 모든 것을 내려놓고 미국에 오셨다’고 표현하면 2세 손자들이 다르게 받아들입니다. ‘내가 지금 27살인데, 과연 할아버지처럼 할 수 있었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때 장례는 단순한 의식이 아니라 가족의 뿌리를 배우는 시간이 됩니다.”
써니사이드라는 이름에도 가족적 의미가 담겨 있다. 직역하면 ‘양지바른 곳’처럼 들리지만, 실제로는 대표의 어머니 이름 ‘써니’에서 비롯됐다. 그는 “써니사이드는 어머니 품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어머니께서 돌아가시기 전 유언처럼 남기신 말씀이 있습니다. 자녀들과 손주들이 예수 잘 믿고 예수를 떠나지 말라는 말씀이었습니다. 또 장의업을 하게 된다면 힘든 분들을 도울 수 있는 만큼 돕고, 아름다운 장례를 원하는 분들에게는 그에 맞게 잘 섬기라고 하셨습니다. 지금도 상담할 때마다 어머니 이야기를 나누게 됩니다.”
그는 장례를 가족의 큰 전환점이라고 말했다. 특히 어머니나 할머니가 가족의 중심 역할을 해온 경우, 그 빈자리는 가족 전체의 관계와 분위기를 바꾸어 놓는다. 그래서 써니사이드의 모토는 “Peace of Mind, Wishes Fulfilled”다. 가족들이 마음의 평안을 얻고, 고인이 원했던 바가 잘 이루어지는 장례를 돕겠다는 의미다.
현재 써니사이드 장의사를 찾는 고객 중 한인은 약 30%, 타인종은 약 70%다. 오렌지카운티의 다문화적 특성상 기독교, 천주교, 불교 장례뿐 아니라 종교가 없는 가족의 장례, 혼합가정의 장례도 함께 섬기고 있다.
“요즘은 일본, 베트남, 중국 등 다양한 배경의 배우자와 결혼한 가정도 많습니다. 장례는 가족 문화와 종교, 세대의 이해가 모두 섞이는 자리입니다. 그래서 저희도 다양한 문화와 의식을 이해하고 준비해야 합니다.”
특히 기억에 남는 행사로는 마더스데이에 열린 어머니 추모예배를 꼽았다. 어머니를 먼저 떠나보낸 이들이 모여 찬양과 편지 낭독, 촛불의 시간을 가지며 그리움을 나누는 자리였다.
“장례 때는 정신이 없습니다. 조문객을 맞고, 식사 준비를 하고, 절차를 따라가다 보면 정작 자신의 슬픔을 충분히 표현하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마더스데이에 따로 모여 어머니께 드리고 싶은 말을 편지로 읽고, 촛불을 켜며 기억하는 시간이 많은 분들에게 위로가 됐습니다. 앞으로도 매년 이어가려고 합니다.”
인터뷰에서 가장 현실적인 주제로 떠오른 것은 장례 사전준비와 비용 문제였다. 대표는 한인 1세들이 흔히 “장지는 이미 사두었으니 장례 준비는 끝났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장지 사용료와 관련 비용이 크게 올라 자녀들에게 부담이 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장지를 예전에 천 불에 구입하셨더라도, 지금은 땅을 파고 덮는 비용, 비석, 겉관, 설치비, 관리비 등이 별도로 들어갑니다. 로즈힐이나 포레스트론 같은 곳은 사용료가 5,800불에서 6,000불 가까이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코로나 전에는 2천 불 미만이던 비용이 지금은 크게 올랐고, 앞으로 더 오를 가능성이 큽니다.”
반면 화장을 선택할 경우 절차와 비용 면에서 다양한 선택지가 생긴다. 그는 “화장은 약 2천 불 정도로 절차를 도와드릴 수 있는 경우가 많고, 이후 유골을 어떻게 모실지에 대한 선택지도 다양하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치노힐 지역에 주정부 허가를 받은 유골 산포 장소가 생겨 좋은 대안이 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예전에는 조슈아트리 쪽까지 가거나 바다에 나가 뿌리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런데 가까운 치노힐에 지정된 장소가 생겼습니다. 수목장처럼 나무를 심는 개념은 아니지만, 장지 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좋은 대안입니다. 서류나 신청 절차가 필요하면 저희가 도와드리고 있습니다.”
그는 장례보험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생명보험과 유사하지만, 건강 상태나 나이에 관계없이 가입이 가능한 경우가 많아 접근성이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이미 오래전 상조나 장례보험에 가입한 이들은 새로 가입하기보다 기존 보험을 먼저 검토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예전에 LA 쪽에서 장례보험이나 상조를 준비하신 분들이 오렌지카운티로 이사 오셨거나 자녀들이 이쪽에 사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 경우 기존에 갖고 계신 보험을 가져오시면 저희가 검토해보고 가능한 한 그대로 받아 장례를 도와드리려고 합니다. 새로 가입하는 것보다 그것이 더 유리할 수 있습니다.”
갑작스러운 장례 상황에서 가족들이 가장 먼저 겪는 어려움은 무엇일까. 그는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는 것”이라고 답했다. 장례가 발생하면 준비해야 할 일이 60가지 정도에 이르며, 서류와 연락, 의식 준비, 장소, 비용, 고인의 뜻 확인 등이 한꺼번에 몰려온다.
“2세들은 ‘내가 알아서 하겠다’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잘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부모님들은 자녀에게 부담을 주기 싫어서 미리 준비하려고 하고, 자녀들은 그런 이야기를 불편해합니다. 그러나 장례 준비는 돈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본인이 어떤 방식으로 장례를 치르고 싶은지 알려주는 것만으로도 자녀들에게 큰 사랑이 됩니다.”
그는 자신의 어머니 장례를 예로 들었다. 어머니는 돌아가시기 전 어느 목사님이 설교를 해주면 좋겠는지, 어떤 찬양을 부르면 좋겠는지, 자녀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남기고 싶은지 미리 알려주었다. 덕분에 가족들은 장례 절차를 결정하느라 혼란스러워하기보다, 어머니의 삶과 뜻을 기억하는 데 집중할 수 있었다.
“어머니가 칼국수를 좋아하셔서 장례 후 가족들이 칼국수를 먹었습니다. 세븐업도 좋아하셔서 조문객들에게 나눴습니다. 지금도 아이들은 할머니 기일이 되면 칼국수와 세븐업을 기억합니다. 그런 것이 가족을 다시 묶어주는 장례의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대표는 한인 시니어들에게 연락망을 반드시 남겨두라고 강조했다. 갑자기 돌아가신 뒤 자녀들이 부모의 휴대전화 비밀번호를 몰라 카카오톡이나 연락처에 접근하지 못하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그 결과 고인과 오랜 세월 교류했던 교회, 단체, 친구들이 장례 소식조차 듣지 못하는 안타까운 경우가 생긴다.
“자녀들이 나빠서 연락을 안 하는 것이 아닙니다. 몰라서 못 하는 겁니다. 내가 무슨 일이 생기면 누구에게 연락해야 하는지, CPA가 누구인지, 변호사가 누구인지, 교회나 단체의 핵심 연락처가 누구인지 정도는 꼭 남겨두셔야 합니다.”
그는 한 자전거 동호회 회원의 장례를 특별히 기억했다. 고인이 생전 자전거 동호회 활동을 했고, 가족이 그 연락처를 남겨두었기에 동호회원들이 장례에 참석할 수 있었다. 장지로 이동하는 길에 여섯 명의 동호회원이 자전거를 타고 운구차 앞을 인도했다.
“그 모습을 보며 운전하다가 눈물이 났습니다. 오토바이나 리무진보다 더 숭고한 장례였습니다. 고인이 평생 즐겼던 삶의 일부가 마지막 길을 함께한 것입니다. 그런 장례가 정말 아름다운 장례라고 생각합니다.”
써니사이드 장의사는 현재 부에나파크와 가든그로브 두 장소를 중심으로 운영된다. 부에나파크는 약 1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모던한 공간으로, 라이브 스트리밍과 가족장, 리셉션 공간이 잘 갖춰져 있어 2세 가족들이 선호한다. 가든그로브는 300석 규모의 예배당과 2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리셉션 센터를 갖춘 대형 장례식장으로, 총 500명 규모까지 가능하다. LA와 토런스 지역에서도 협력 교회를 통해 장례예배를 진행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그는 한인사회에 장례를 미리 이야기하고 준비하는 문화가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죽음을 이야기하는 것이 불편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장례 준비는 죽음을 기다리는 일이 아니라 가족을 사랑하는 방식입니다. 어느 장의사를 이용하시든 미리 상담하시고, 어떤 방식의 장례를 원하는지, 누구에게 연락해야 하는지, 어떤 찬양과 말씀을 원하는지 남겨두셨으면 좋겠습니다. 그것이 남은 가족들에게 큰 평안이 됩니다.”
장례는 고인을 보내는 끝의 시간이 아니다. 남겨진 가족들이 고인의 삶을 다시 듣고, 서로를 붙잡고, 다음 세대에게 신앙과 사랑의 유산을 전하는 시간이다. 써니사이드 장의사가 말하는 새로운 장례문화의 핵심은 바로 여기에 있다. 슬픔 속에서도 삶을 기념하고, 이별 속에서도 가족을 다시 잇는 것. 그것이 오늘 한인 이민사회가 함께 준비해야 할 장례문화의 변화다.”장례는 죽음을 준비하는 것이 아니라 가족을 위한 사랑의 준비입니다”
인터뷰/정리 윤우경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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